
물꽃 되기를 바라는 선배가 있다. "아무 곳에도 뿌리 내리지 않고 진흙 한점 묻히지 않고 피어나는 물 위의 꽃"처럼 말이다. 정착을 거부하는 선배는 학교를 졸업하고선 늘 따로 나와서 살기를 원했다. 너무나 자신이 외롭다 해도, 누군가가 자신을 보고 싶어도, 아무리 바빠도 하루에 한 시간은 혼자 있어야 한다고 했다. 생각을 정리해야 했고, 답답한 마음을 풀어야 했다. 진흙을 떨어내는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땐 선배가 참 딴딴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곧 단독가정을 꾸렸다. 멋있고 부러웠다. 하지만 매일 혼자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니.. 심심하고 불안하지 않을까.
난 내 의지와는 다르게 혼자 남겨지는 시간이 많았다. 스스로 원하는 건 아니었지만 늘 사람과의 관계망에 끼어들지 못했다. 늘 우둔했던 나는 술자리에서 도대체 화제거리를 찾지 못했고, 대화에서 비껴 서 있었다. 어눌한 말투는 달아오른 분위기를 싹 가라앉혔다. 새내기부터 술자리에선 늘 구석자리에 앉아 있었고, 밤 늦게 들어와서 서너시간 자다가 벌떡 일어나선 신문을 돌리러 나갔다. 그저 고요한 새벽공기가 날 위로하고 뜸뜸이 켜진 가로등이 마음을 밝혀줬던 셈이다. 묵묵히 신문 삼백부를 자전거에 싣고 페달을 굴리는게 좋았다.
지금도 혼자 있는게 익숙하다. 핸드폰 없이 한 학기 학교생활을 했으며, 2007년에는 소주 한병, 맥주 두 병 정도 소비했으며, 한달에 쓰는 돈은 초콜릿만 안 먹으면 차비는 자전거로 때우고 식대만 삼만원 정도 쓴다. 사람을 만나지 않아도 안 심심하고, 술을 먹지 않아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용돈이 부족해도 쪼들리지 않고 지낼 수 있다. 그래도 문득 가슴이 허전하다. 시끌벅적 놀아봤으면 좋겠고, 심심할 때 통화하는 친구가 있었으면 즐겁겠고, 가끔 용돈을 흥청망청 쓰더라도 비싼 밥을 먹으면 풍족하겠다. 아니 술자리, 전화통화, 문화생활 등은 겉으로 하는 행동일뿐. 안 해도 상관없지만 난 도대체 혼자있는게 두렵다. 하루에 한 시간은 커녕 일분도 혼자 있으면 무섭다. 주변에 누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게 뿌리를 박아도 좋고, 진흙을 묻혀도 좋다. 아.. 난 꽤나 미약하다.
선배가 말했던 물꽃은 분명 내가 생각한 뜻이 아니었을게다. 방학하면 찾아가서 삼 년전 봄에 나눴던 이야기를 다시 이어야겠다. 그러면 내 두려움도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유진 스미스. 낙원에 이르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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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다들 그렇군요. 저도 그래요. 반가워요. 저도 종종 들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