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의 대형 사건 사고는 역시 두 여인의 만남이었다.
엄마와 친구는 만날 운명이었는지 농구 경기를 같이 보기로 했지만
둘은 만나기도 전에 무척 긴장을 탔다.
둘은 서로에게 보이는 모습을 가장 의식했다.
엄마는 화려함으로 전략을 세웠는데, 평소 안 입던 자켓을 입고 스카프를 둘렀다.
그리고 포인트로 가방을 뒀는데, 그만 바쁜 출근에 쫓기다가 늘 쓰던 가방을 들고 나가버렸다.
이내 허겁지겁 내게 전화해서 LV( 레벨?) 가방을
가져다 달라고 말했다. 둘이 만나기로 한 약속은 세시였는데 나는 아침에 집을 나서야 했으므로
속이 빈 LV 여성 가방을 내내 손에 들고 다녀야 했다.
친구 또한 잘 꾸며야 된다는 압박에 시달렸다.
안쓰러워보여서 나는 "편한 복장을 더 예쁘게 본다"고 말했고 친구는 평소대로 입었다,
그랬다가 화려함에 주눅이든 친구는
괜히 그랬다고, 나를 구박했다.
그렇게 아직 만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서로의 눈길을 의식하던 두 여인은
만나자마자 급속히 가까워지더니
공통의 골칫거리인 나를 두고 자근자근 씹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자전거 출근 금지 조처를 내렸다.
둘은 같은 편이 되어 내 인간성을 조목조목 하루종일 비판했다.
둘이 더 가까워지고 달라진 점이 있다.
엄마는 내 귀가시간이 늦어진 것과 용돈 씀씀이가 다소 커진 것을
못마땅하게 여겼는데, 친구와 같은 편이 되고 나서는
왜 늦게오고, 지갑이 텅텅 비었냐는 말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리고 남자 셋만 있는 집안에서, 여성 세계를 함께 나눌
친구가 생겼다.
친구는 친구 같은 중년여인을 만났으니 나쁘진 않을게다.
사실 아직 엄마를 어려워하는지도 모르겠다.
요새는 굳이 나를 통하지 않고도 둘이서 대화하며
가끔씩 내 욕도 하는가본데, 기분이 그리 나쁘지 않다.
많이들 만나시라. 나야 좀 괴롭지만
20대와 50대의 친구 사이에 앞으로도 꽤 재밌는일이 많이 생길테니..





Comments
진엄마랑 또 농구보러 가고싶당~ 진은 이번에 좀빠져바바~ 히히
얼마나 또 흉을 볼라고
나 빠지래...
^^ 글을 너무 잘쓰시는거 같네요.^^ 제가 마지막 추천자였군요..ㅎㅎ
블로그에 글이 많으면 읽기 어려운데...
자전거로 달리는 여행기 기대할게요